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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 /강인한

법정 2013. 1. 16. 22:34

북풍(北風)

 

 

 

힘세고 까다로운 놈은 피해서

헐벗고 만만한 자의 살에

부딪쳐보고 싶었다.

채찍으로 내려치는 눈보라에 등을 밀리어

미루나무 몇 그루

밤길을 가고 있는 변두리 마을

불빛 새는 처마 밑으로 스미고 싶었다.

내 고달픈 하루의 꿈을 끄고

그리움에 몸을 부비고 싶었다.

창틀마다 낮게 낮게 비척거리는

헐렁한 잠꼬대들

엷은 이불자락을 들추다가

홀로 눈뜨고 살아가는 부끄러움이여

부끄러움이여

굳게 잠긴 도시를 열고 소리치며 달려가

수도꼭지 속에 차라리

캄캄하게 얼어붙고 싶었다.

 

 

 

   시집『우리나라 날씨』나남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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