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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 /신달자

법정 2013. 1. 16. 23:11

등잔/신달자|시와 사진과 음악
오름 채인숙 | 조회 21 |추천 0 |2013.01.12. 11:09 http://cafe.daum.net/poemory/FwF8/983 


등잔 
                                                  신달자
인사동 상가에서 싼값에 들였던 
백자 등잔 하나 
근 십 년 넘게 내 집 귀퉁이에 
허옇게 잊혀져 있었다 
어느 날 눈 마주쳐 고요히 들여다보니 
아직은 살이 뽀얗게 도톰한 몸이 
꺼멓게 죽은 심지를 물고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고 안쓰러워 
다시 보고 다시 보다가 
기름 한 줌 흘리고 불을 켜보니 
처음엔 당혹한 듯 눈을 가리다가 
이내 
발끝까지 저린 황홀한 불빛 
아 불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아직은 여자인 그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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