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 모 장

진정한 작가로 등단을 준비하는 분들께

법정 2015. 2. 4. 01:56

 

 

 

진정한 작가로 등단을 준비하는 분들께

이 글이 도움 되시길 바랍니다.

- 시인 동화작가 김명희 -

 

 

첫째: 평상심을 놓치지 마세요. 절대 서두르지 마세요.

우리 신춘문예 공모나라에서는 자주 축하 소식과 크고작은 수상 소식이 늘 올라옵니다.

당연히 즐겁고 기쁜 일입니다.축하도 나누고 모두에게 행복한 순간이지요.

그러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너무 수상이나 등단에 급급해지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것에 쫓기다 보면 공신력이 작거나 공신력이 거의 없는 공모전에 본인도 모르게 서둘러 내게됩니다.

그런 곳에 덥석 내고 등단이라는 관을 쓰게 되지만 얼마 못 가서 후회하게 되거나 어디다 선뜻 자랑스럽게

말을 못하는 등단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내가 너무 서둘렀구나 하고 돌아봐야 할 때가 옵니다.

등단은 하고 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아주 신중해야 합니다.

조금 늦게 힘겨운 등단을 하시더라도, 경쟁력도 있고 가능한한 탄탄한 결속력이 있는 문예지를

겨냥하시기 바랍니다.

* 어떤 때는- 과연 이분께 진정으로 축하 꼬리글을 달아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저 혼자 걱정하거나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둘째: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 알찬 작품이 최소한 50여편 이상,

평상 수준의 작품이 최소한100여편 될 때 등단 준비를 하세요.

치열한 창작, 치열한 실력이 가장 우선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등단을 했다면, 어딘가에서 원고청탁이 들어오겠지요. 여유있게 낼 수 있는 작은 준비는 되어 있어야 좋습니다.

나의 문학통장에 잔고조차 없이 무엇을 시작할 수 있겠는지요.

어떤 작품을 내든 누가 뭐라 하겠습니까만은, 주변의 많은 눈은 언제나 냉정하게 본인의 작품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셋째: 글이 도저히 써지지 않을 때를 골라, 그런 날 더욱 글 쓰는 연습을 치열하게 하세요.

글이 잘 써질 때는 누구나 어느 정도는 쓰게 됩니다.

정말 진정한 실력은 글이 전혀 되지 않을 때 보여집니다, 그럴 때도 자유자제로 가능하도록

테크닉을 연마하셔야 합니다.

어느 문예지든지- 작가가 필을 받아 글이 써질 때까지 배려해주고 기다렸다가 청탁을 하는 곳은 없습니다.

또한, 특별 기획으로 소제나 주제를 미리 정해놓고 몇명의 시인들에게 원고청탁을 하는 문예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경우, 기존에 내가 써놓은 작품에서 알찬 것을 내놓을 것이 없다면 단 며칠만에 그 주제에 맞는 작품을 써서

보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 마음에 들지 않고 작품이 잘 써지지 않을 경우 혼자 고민하게 됩니다. 내마음에조차

안드는 이글을 그냥 내야하나```. 마음에 안들지만 그냥 냈을 때는 다른 시인들의 쟁쟁한 작품과 한눈에 비교가 되겠지요.

아니면 이런저런 사연을 둘러대고 포기해야 하나```. 만약 포기해야 한다면, 그

것은 명색이 등단한 작가로서 자존심 문제가 되겠지요.

 

 

 

넷째: 요즘은 그런 곳이 많이 사라졌습니다만,

아직도 종종 보입니다. 등단을 시켜주는 조건으로 몇년 정기구독을 요청하거나

또는 작품을 실어줄 테니 책 몇권(50~100권 가량 됨) 구입하라는 식의 떠넘기기식

제안을 하는 곳은 절대 가까이 하지 마세요.

옛어른들 말씀에 " 만약 어느 물건이 좋은 것인지 고를 줄 모르겠거든 차라리 비싼 것을 선택하라"는 말이 있지요.

상금이 전혀 없는 문예지 등단은 다시 생각해 보세요. 대부분 그런 곳은 다들 꺼려하는 곳이거나 공신력이 없는

곳입니다.

또한 누군가가, 내가 어디어디에다 신인상 추천해 줄 테니 글 몇편 보내봐라 하는 곳도 가급적 멀리 하세요.

그런 곳에 몸과 마음이 묶이면 평생 신세진듯 빚진듯 찜찜하고 와라가라 할 때마다

밥값 술값 매번 내가 대접해야 하는 건 아닌가 부담감 뿌리치지 못하고 마음만 골치아파집니다.

당당하게 내 실력으로 상타고 상금도 받고 마음껏 축하도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에 도전하세요.

 

 

 

다섯째: 많이 읽고 많이 쓰세요.

 

 

매 순간 쏟아져 나오는 수상작들을 면밀히 분석하고 살피는 매의 눈을 가지도록 노력하세요.

수상작들을 그냥 습관처럼 한번 쭉 읽고, 아 좋구나 하고 덮어서는 절대 안됩니다.

수상작이라 해서 그쪽만 무작정 따라가서도 안 되며, 그 작품이 상을 탄 데는 과연 어떤 이유가 있는지

내가 심사자의 입장이 되어 철저히 물고 뜯고 분석해보는 과정이 치열한 공부가 됩니다.

그 작품이 가장 잘 된 부분에 붉게 밑줄도 치고-가장 안 된 부분에 밑줄도 치고,

과연 나라면 이 곳을 어떻게 좀더 탁월하게 바꾸어 썼을 것인가 고민고민 하며 밤을 새워보세요.

그것이 내 실력이 됩니다.

매년 끊임없이 올라오는 수상작들을 살펴보면 큰 테두리에서 돌아가는 방향이 보입니다.

문학도 늘 보이지 않게 진화하는 모습이 보이게 됩니다. 그것이 보일때까지 치열히 내 작품을 쓰면서

수상하는 작품들을 관찰하세요. 그러면서 나는 지금 어디쯤에 머물고 있나 가늠해 보세요.

 

 

 

여섯째: 어떤 유행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나만의 테크닉을 연마 하세요.

다른 건 몰라도 이것은 내가 자신있다- 하는 나만의 묘사법 나만의 필살기를 갈고 닦으세요.

그것이 곧 나만이 갖는 문체와 기법이 됩니다.

유행은 그야말로 유행일 뿐입니다. 어떤 유행도 기본 골격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나만의 골격 나만의 문체가 없다면 허수아비가 됩니다.

 

 

 

일곱째: 독자로 남을 거면, 감상을

-시인이나 소설가가 될 거면 쉼 없이 분석하고

직접 쓰는 매의 눈을 가지세요.

독자는 어떤 작품이든- 아, 이것 참 좋다. 또는 아, 이거는 그저 그래~로 그치면 됩니다.

그러나 작가는 절대 아닙니다.

작가는 요리사와 같아야 합니다. 한밤중에 자다 깨서도

어떤 재료를 내 눈앞에 갑자기 쏟아 놓아도, 그것들을 한 데 모아 멋진 맛의 궁합을 이끌어내 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작가도 어떤 대상과 재료를 가리지 않고 척척 만들어 낼 수 있을 때까지 연마해야 합니다.

지금 바로 당신 앞에 뭐가 보이나요? 컵? 휴지? 모니터? 스피커? 핸드폰? 물티슈? 이 어떤 것으로도 마구 글을 써보세요.

그러나 대충은 절대 안 됩니다. 반드시 매번 치열하게 쓰는 연습을 해보세요.

길을 가다가도, 신호 대기 중에도, 부부싸움 중에도,

심지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생사를 넘나드는 처절한 임종 앞에서도, 그 어떤 때도...

심지어는 꿈 속에서도 나는 글을 쓰거나 고민하고 있어야 비로소 작가이거나, 작가가 될 준비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 세상이 부유함을 자랑 할 때, 작가는 자신이 걸어 온 눈물길을 자랑합니다!*

올해, 신춘에 도전한 모든 도반님들의 향기로운 소식을 함께 기다리며 몇 자 적었습니다.

- 시인 동화작가 김명희-

 

 

조선 최고의 문장가 중의 한 명인 연암 박지원의 글을

분석해 글쓰기의 답안을 제시하는 책,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이 출간됐다.

저자 박수밀은 연암의 글쓰기 과정을 생각해 볼 때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을 쓰기 전 태도나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연암의 글을 최고의 문장으로 만든 본질은 쓰기 전 활동인 자연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미적인 태도에 있다는 것.

저자는 연암이 자연의 몸짓을 은밀하게 관찰하고 자연과 교감해 이를 글쓰기로 연결함으로써 진부하지 않은 독창적인 글을 쓰는

데로 나아갔다고 진단한다.

연암 박지원은 당대에 이미 문장가로서 명성이 높았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후배 문장가들의 흠모의 대상이었다.

특히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이들에게 연암은 문학적 스승이었다.

19세기의 문장가 항해 홍길주는 글쓰기의 모범으로서 연암을 평생 흠모했고, 창강 김택영은 연암의 문장은 퇴계와 율곡의 도학,

충무공 이순신의 용병술과 더불어 조선의 세 가지 최고라고 했다.

또 김택영은 연암의 탁월함은 우리나라 문장가 중에 없었던 일이라고 했고 구한말의 문장가인 운양 김윤식은 우리나라 문장가들이

입만 열면 성명을 말하고 성리학을 베끼는 폐단을 보였지만 오직 연암만이 여기에서 벗어났다고 칭송했다.

연암 글쓰기의 본질이 창작의 영감을 자연 사물로부터 받은 데 있다고 분석했다.

자연 사물에서 문학의 근원을 발견하려는 태도는 연암만의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자연사물을 바라보는 연암의 관점은

남다른 데가 있다고 말한다.

연암은 자연사물의 원리를 들어 인간과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함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연암은 자연에 대해서는 창조와 변화의 공간으로 생각하지만 인간과 사회는 모순되고 병들었다고 여겨,

사물의 생태로부터 얻은 깨달음을 인간 사회를 고발하고 교정하는 데 활용하려 한다.

연암 글쓰기의 주요한 특성을 '생태 글쓰기'라고 명명한다.

생태 글쓰기는 오늘날 도구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글쓰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고 생명을 살리는 언어의 회복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연암의 글쓰기는 진부함을 꺼린다고 주장한다.

연암은 평생에 걸쳐 상투적이고 진부한 표현과 단순 모방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

그렇다면 진부하지 않은 글, 판에 박히지 않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고민은 연암의 창작 활동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연암이 진부한 글쓰기에서 벗어난 글을 쓰기 위해 어떤 방침과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알려준다.

요약하자면 진심의 글을 쓰는 것, 아프고 가렵게 하는 것, 지금 눈앞을 담아내는 것, 흠과 결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암의 글쓰기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면, '

관찰하기 → 교감하기 → 자료 모으기 → 제목 정하기 → 협력적 글쓰기 → 수정하기'다.

순차적이지 않고 회귀적이며 문제 해결 과정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연암의 글쓰기가 단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거쳐 작성되었다는 점은 그가 글쓰기를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느끼게 한다.

-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