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보관 창고 2

된장 / 문순태

법정 2011. 10. 12. 07:07

 

된장 ~ 문순태

 

문순태님의 목소리는(그분의 나이 올해 69세이건만) 청년의 그것 마냥  힘이 있고 우렁차다.

그러면서 전라도 특유의 구성짐이 된장 맛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읽은 그의 책이 뭐가 있을까...?

<타오르는 강> 같은 대하소설도 있고, 수 많은 단편소설들이 있는데,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징소리> 등 제목만 맴돌뿐...

 

소설집 된장에는 된장 외 12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다음 달 초에 화순 이서로 그분을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는 어쩌면 가장 전라도스러운 작가이며, 그런 색깔의 소설들을 쓰는 사람이리라.

전라도스럽다는 것은 어쩜 대한민국스럽다는 것도 되리라.

 

요즘 조팝꽃이 한창인데,

그의 글에는 이 꽃이 자주 등장한다.

배고픈 주인공은 어느 날 보고야 말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마루에서 새하얀 이밥(흰 쌀밥)을 숟가락도 없이 정신없이 입에 넣던 홀어머니를.

슬프게도 그것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엄마의 양식인 조팝꽃이었다.

조팝꽃에 그런 애환이 서려있는지 난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된장>은 우물에 남동생이 빠져 죽은 뒤,

이혼 당한 엄마와 여주인공은 미국으로 도망가다시피 가서 살게 된다.

시간이 흘러 고생 끝에 이국땅에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린 어느 날,

엄마는 홀연히 귀국한다.

귀국한 엄마는 폐쇄된 우물을 다시 파고,

맛좋은 우물물로 된장을 담기 시작한다.

그리고 딸을 불러들여 대를 잇기 위해 아이를 낳게 한다.

엄마에게 아이만 낳아주고 남자친구가 기다리는 미국으로 돌아가려했던 딸은

아이를 낳고 시간이 흘러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된장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핵심부분이 아닐까?

자신의 고유한 성질은 잃지 않으면서 무엇이든 지나친 것은 중화시켜주고,

부드럽게 해 주며 치료까지 해주는 된장의 미덕.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그의 글들.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면 안 될 것 같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

젊은이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늙은이들만 고향을 지키며 자녀들,

손자들을 기다리는 가슴 따뜻한 부모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는 전라도의 말을 빌어 조곤조곤 들려준다.

 

<블로그 '밝은이의 평화론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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