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창고

강이 흐르리 /이외수

법정 2009. 4. 28. 08:15
 
 강이 흐르리 - 이외수 - 
이승은 언제나 쓰라린 겨울이어라 
바람에 베이는 살갗 
홀로 걷는 꿈이어라 
다가오는 겨울에는 아름답다 
그대 기다린 뜻도 
우리가 전생으로 돌아가는 마음 하나로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 
눈을 맞으며 걸으리니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마다 
겨울이 끝나는 봄녘 햇빛이 되고 
오스스 떨며 나서는 거미의 여린 실낱 
맺힌 이슬이 되고 
그 이슬에 비치는 민들레가 되리라 
살아있어 소생하는 모든 것에도 
죽어서 멎어 있는 모든 것에도 
우리가 불어 넣은 말 한 마디 
아  사랑한다고 
비로소 얼음이 풀리면서 
건너가는 나룻배 
저승에서 이승으로 강이 흐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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