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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혼에 불을 놓아 (좋은사란 좋은글에서)

법정 2010. 3. 14. 12:51

내 혼에 불을 놓아

 

이해인

 

언제쯤 당신 앞에 꽃으로 피겠읍니까

불고 싶은 대로 부시는 노을빛 바람이여

 

봉우리로 맺혀 있던 갑갑한

이 아픔이 소리없이 터지도록

그 타는 눈길과 숨결을 주십시요

 

기다림에 초조한 내 비밀스런

가슴을 열어놓고 싶습니다

 

나의 가느다란 꽃술의 가느다란

슬픔을 이해하는 은총의 바람이여

 

당신 앞에 "네"라고 대답하는

나의 목소리는 언제나 떨리는 3월입니다

 

고요히 내 혼에 불을 놓아

꽃으로 피어내는 뜨거운 바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