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夜/李外秀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詩를 쓰면
눈이 내린다는 말 한 마디
어디선가
나귀 등에 몽상의 봇짐을 싣고
나그네 하나 떠나가는지
방울소리
들리는데
창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함박눈만 쌓여라
숨죽인 새벽 두 시
생각나느니 그리운이여
나는 무슨 이유로
전생의 어느 호젓한 길섶에
그대를 두고 떠나왔던가
오늘밤엔 기다리며 기다리며
간직해둔 그대 말씀
자욱한 눈송이로 내리는데
이제 사람들은 믿지 않으리
내가 홀로 깊은 밤에 詩를 쓰면
울고 싶다는 말 한 마디
이미 세상은 내게서 등을 돌리고
살아온 한 생애가 부질없구나
하지만 이 時間 누구든 홀로
깨어있음으로 소중한 이여
보라 그대 외롭고 그립다던 나날 속에
저리도 자욱히 내리는 눈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길 하나
그대 전생까지 닿아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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