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전설
윤 기영
온갖 눈물로 그렸다는 비의 전설
마음의 꽃들이 뿌리 없이 피고 마는구나
창문을 다가갈수록 다가오는 온갖 비의 사연들
순간을 적시며 꽃을 향해 투명해지는 약속은 없었다
나는 비가 오는 밤이면
숨 쉴 수 없을 만큼 가슴 찢기는 소리를 지나
봄꽃으로 황홀한 눈동자만 남는다
하나도 보이지 않는 눈부시게 빛나던 것들
눈을 질끈 감으면 평화의 빛이 밤까지 찾아온다
휘적휘적 비의 전설은 음악처럼 번진다
고독과 고요를 그토록 외치며 연주하는 그곳에
봄비가 찾아왔다 그곳에
걸어가는 그 길에 마음의 문고리가 슬쩍 잡아당기면
무게도 없는 그리움은 기억을 굽이굽이 켜들고 다니다
적지에 윤이 나는 그리움을 철수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