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처리 아쉽지만 문장밀도 높아" 심사평 - 문순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 10편중에서 7편의 응모자가 서울 등 수도권이고 광주ㆍ전남 지역은 3편에 불과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작가지망생들의 응모 비율이 70~80%를 차지했었는데, 최근에 뒤바뀌었다. 이제는 지방에서는 지방지 예선을 통과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경제난의 후유증을 다룬 내용이 압도적이었다. 문학은 사회를 반영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를 형성하고 변화시켜나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본선에 올라온 작품은 '도시의 댐''홍채''챔피언이 살았던 집' '밈. A''소품영가' '미술관람 결''냄새''붉은 신호등''오이를 썰다가''견착'이다. 이들 작품을 놓고 문장에서부터 구성력ㆍ주제 등을 꼼꼼히 살핀 끝에 '홍채''견착''밈.A' 3편을 최종심에 올렸다.
'밈.A'는 광고효과와 거품 이야기다. 퇴직을 하고 평생교육 강사인 50대 남자는 그가 맡은 '광고의 이해'에서 해피 홈 피자가 로고송을 통해 효과가 바이러스처럼 확산되어가는 과정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재가 참신하고 재미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문장이 드라이하고 소설 미학적 형상화에 약점이 있다.
'홍채'는 불황으로 감원된 아파트 경비원의 이야기다. 문장력이 탄탄하고 아파트 부녀회장과 화자 간의 심리도 섬세하게 잘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소재가 진부한데다가, 금융피라미드사기에 걸려 집을 날린 동료경비원 S와 부녀회장과의 관계설정이 다소 작위적이다.
'견착'에서 주인공은 주차시설 공장을 운영하다가 불경기로 파산을 한다. 이혼한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들어간 지 1년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 빈털터리가 된 그는 아버지의 엽총을 가지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폭설 속에서 꿩 사냥을 하면서, 사냥을 좋아했던 아버지와 영길 아범 등, 기억 속의 과거를 통해 오늘의 나와 내 삶을 돌아보고 있다. 마지막 처리가 아쉽긴 해도 전체적으로 문장의 밀도가 높고 '견착'의 알레고리도 그런대로 살려냈다. '견착'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문순태 (소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