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모으기 2

박종해 시

법정 2011. 1. 7. 00:08

  자리

                    
                   박종해


산에 들면 내가 산이요

강에 들면 내가 강이다.
도둑 소굴에 들면 내가 도둑이요

禪僧의 방에 들면 내가 善人이다.

나비는 꽃에 앉고

새는 나뭇가지에 앉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앉아 있나.





      빈병


                  박종해


나는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바람의 노래를 부른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때

일어서서 오만했던 자신을 돌아본다.

용서해 다오. 그러나 내 주위엔 아무도 없다.

다시는 차 오를 수 없는 빈 몸의 흐느낌

그것이 바람의 노래다.

쓰러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는 바람의 노래를 부른다.